보이는 것이라곤 푸른 하늘과 끝없는 대지뿐인 몽골 고원의 오논 강변 한 부락에 테무친이라고 하는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 이름은 눈에는 불빛이 나고 얼굴에 광명이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아버지 에스게이는 한 작은 부족의 우두머리였고, 어머니 호에룬은 에스게이가 다른 부족으로부터 약탈해 온 남의 아내였습니다. 테무친이 9살 되던 해에 아버지 에스게이는 타타르인에게 독살되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후, 테무친은 다른 4형제와 함께 어머니의 손에서 자라났습니다. 이 무렵 몽골족의 세력은 보잘것없었으며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들었습니다.
특히, 테무친의 가족들은 아버지의 명성을 시기하는 여러 부족장들의 압력을 받아 더욱 곤경에 처해 있었습니다.
더구나 테무친의 부족은 힘이 약해서 번번이 다른 부족의 습격을 받곤 하여, 테무친은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습니다.
한 번은 타이튜트라고 하는 부족의 우두머리인 탈크타이가 많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돌연 테무친 일족을 습격해 왔습니다. 테무친과 동생들은 재빨리 숲 속으로 피신하였습니다.
"숲 속으로 도망쳤을 게다. 빨리 찾아내어라."
탈크타이가 명령했습니다. 잠시 후 테무친이 이들에게 발각되자 활쏘기의 명수였던 아우 카살이 테무친에게 소리쳤습니다.
"형님, 어서 도망쳐요. 그동안 내가 적을 막아보겠습니다. 어서요! 형님은 살아남아 우리 부족을 일으켜야 합니다."
"고맙다! 카살, 그럼 잘 부탁한다."
테무친은 말을 달려 멀리 도망쳤습니다.
카살은 커다란 나무 뒤에 숨어서 활을 마구 쏘았습니다. 적군은 카살의 훌륭한 활솜씨 때문에 좀처럼 접근해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테무친은 멀리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테무친이 도망친 것을 안 탈크타이는 불호령을 내렸습니다.
"다른 놈들은 다 필요 없다. 이 부족을 일으킬 자는 테무친밖에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테무친을 찾아내어라!"
테무친은 숲 속에서 꼬박 사흘 밤을 지냈습니다. 이제는 빠져나가도 괜찮으리라 싶어서 말을 타려 하자 말안장이 저절로 미끄러져 떨어졌습니다.
"아! 이건 하늘이 아직 가지 말라고 만류하시는 것인가."
테무친은 이렇게 생각하고 다시 돌아서서 숲 속 깊이 들어갔습니다.
또 사흘 낮과 밤을 지낸 후 탈크타이도 이젠 포위망을 풀고 돌아갔겠지 생각하고 숲을 빠져나오려 하자, 이번에는 커다란 하얀 바위가 가로막고 서 있었습니다.
"역시 하늘이 아직 나가지 말라는 것인가 보다."
그는 또다시 사흘 동안을 숲 속에서 지냈습니다. 숲 속에는 먹을 만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토록 꿋꿋한 테무친도 배고픈 데에는 당해내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굶어 죽을 바에는 차라리 나가보자."
비실비실 걸어서 숲을 빠져나오자마자 금방 적에게 붙들리고 말았습니다. 탈크타이는 테무친의 손과 발에다 칼을 씌워 데려갔습니다.
테무친을 생포했으니 이제 이 지역은 자신의 땅이 되었다고 기뻐하며 탈크타이는 연일 잔치를 벌였습니다. 잔치가 끝나자 다들 술이 취해 제각기 파오로 돌아가 잠에 빠졌습니다.
"지금이 도망치기 좋은 기회다."
테무친은 자신을 지키던 보초를 한 주먹에 때려눕히고 도망쳐서 구사일생으로 솔칸이라는 사람의 집에 숨게 되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탈크타이의 수색대가 들이닥쳤습니다. 테무친은 재빨리 양털을 가득 실은 수레 속에 몸을 숨겼습니다.
"여기가 수상한데."
수색대는 솔칸의 파오 안은 물론, 수레며 침대 밑까지 샅샅이 뒤지며 다녔습니다.
"여기에도 수레가 있다. 이 속을 조사해 보자."
한 명이 테무친이 숨어 있는 수레로 다가오더니 쌓여 있는 양털을 끌어내리려 했습니다. 그것을 본 솔칸은 등에서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시치미를 뚝 떼고 중얼거리듯이 말했습니다.
"이렇게 더운 날에 양털 속에 숨어 있을 놈이 어디 있을까."
"하긴 그렇군."
탈크타이의 부하들은 창으로 슬쩍 찔러보고는 가버렸습니다. 다행히 테무친은 약간의 상처를 입었을 뿐 무사히 위기를 넘겼습니다.
테무친은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영특하고 건장하게 성장하여 드디어 17세 성년이 되었습니다.
선친 에스게이의 뜻을 받들어 부족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우선 결혼을 하여 자기 주변을 정돈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불테라는 여자와 혼인을 하여 가정을 꾸려나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요란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습격해 오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테무친의 아버지인 에스게이에게 전부터 원한을 품고 있던 메르키트 부족이 테무친의 가족을 공격해 온 것입니다.
"피하라! 적의 습격이다."
황급히 외치는 소리에 테무친이 벌떡 일어나 파오 밖으로 나가보니 적들은 벌써 가까이 다가와 있었습니다.
가족이 몰살될 것을 우려한 테무친은 재빨리 어머니를 말에 태워 달아나게 하고 자신도 아우들과 함께 말을 타고 뿔뿔이 헤어졌습니다.
이윽고 적이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 테무친은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가족들은 모두 무사하였으나 아내인 불테만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불테는 도망칠 때 말이 없어서 주춤거리다가 잡혀 그대로 끌려가고 말았던 것입니다.
메르키트 부족이 테무친의 아내를 납치해 간 이유는 약 20년 전에 테무친의 아버지 에스게이가 메르키트 부족장의 친척에게서 신혼 초의 아내를 빼앗아 자기의 아내로 삼은 데 있었습니다.
바로 그 여인이 테무친의 어머니였습니다. 이를 복수하고자 메르키트 부족은 테무친의 아내를 납치한 것이었습니다.
아내를 빼앗긴 테무친은 분해서 견딜 수 없었으나 자기 힘만 가지고는 강력한 메르키트 부족을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난날 아버지의 친구였던 케레이트 부족의 완칸과 동맹을 맺어 밤을 틈타 습격을 하였습니다. 뜻밖의 습격에 메르키트 부족은 당황하여 앞을 다투어 도망쳤습니다.
테무친은 이 싸움에서 대승리를 거두고 아내를 되찾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메르키트 부족 300명을 죽이고 여자와 아이들은 노예로 삼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테무친의 용맹이 몽골 초원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한편, 테무친의 명성이 차차 높아지자 이를 시기한 동족의 유력자 쟈무하가 테무친에게 도전하였습니다. 테무친은 이를 막아내지 못하고 그의 부하들은 포로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때 쟈무하 일파는 포로가 된 테무친의 부하들을 70개의 쇠가마솥에 넣고 무참하게 삶아 죽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고난 속에서도 테무친이 끈질기게 세력을 확장해 나간 것은 케레이트 부족의 완칸 덕분이었습니다. 테무친은 완칸과 연합해서 자신의 부하들을 무참히 죽인 쟈무하를 쳐부수고 뼈에 사무친 한을 풀었습니다.
그러나 테무친은 후에 완칸과도 패권을 위해서 숙명적인 대결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 무렵의 몽골 지방은 정세가 극도로 혼란하여 동족이나 형제간에도 때에 따라 적대관계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때 완칸도 동족에게 배반당하여 다른 부족 틈에서 망명생활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가 다시 족장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테무친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러나 테무친이 쟈무하를 격파한 뒤부터 차츰 그 세력을 떨치게 되자 완칸은 불안과 동요의 빛을 감추지 못하였습니다.
테무친은 원래 선친과 친분이 두터운 완칸을 아버지 섬기듯이 하였으나 통일국가로 발전하기 위하여 영토의 확대를 꾀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적대관계에 서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완칸이 몽골 고원 일대에 위세를 떨쳐 많은 부족이 완칸의 세력 밑에서 그에게 순종하였습니다. 그때 테무친은 이들과 대립하여 시베리아까지 도망가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완칸이 노쇠해지고 그의 세력이 약해지자 완칸 진영 내부에 권력다툼이 일어났습니다. 테무친은 이를 재빠르게 이용하여 완칸을 공격하였습니다.
완칸은 이에 항전하여 사흘을 버티다가 당시 서몽골 지방에서 세력을 떨치던 나이만 부족의 지배자인 다얀칸에게로 도주하였습니다. 그러나 나이만 부족의 한 병사에게 그만 암살당하고 말았습니다.
나이만 부족은 알타이 산맥 일대에 사는 대부족으로서 몽골의 서반부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완칸을 무너뜨리고 몽골 지방의 동반부를 지배하게 된 테무친은 필연적으로 나이만의 다얀칸과 대립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얀칸은 승승장구하는 테무친의 기세를 꺾어 놓기 위해서 선제공격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테무친의 적수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이 다얀칸은 테무친과 격전 끝에 생포되어, 앞서 테무친에게 도전했던 쟈무하와 함께 처형되었습니다. 이리하여 테무친은 고비 사막 주변의 대초원을 통일하고 전 몽골족의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작은 부족에 불과했던 몽골 부족의 이름이 고원 전체의 통일된 이름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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