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노벨상이란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유머 과학잡지인《황당무계 리서치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 제정한 상입니다.
일반적으로 웃기거나 잉여스러운 연구에 수여되지만, 그에 못지않게 병신 짓을 한 사람이나 단체에게 경각심의 목적으로 주는 경우도 있죠.
두 연구가 상충할 경우 아예 둘 다 주는 등 수상 과정도 웃긴 편. 즉, 등신 같지만 멋있는 연구로 주는 경우와 그냥 등신 같은 연구로 주는 경우로 나뉩니다.
시상식은 매년 10월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1~2주 전에 이뤄지며, 시상식 장소는 하버드 대학교 샌더스 극장입니다.
일반인이 보기에 잉여스러운 연구라도 해당 분과학문에서는 나름대로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속단은 금물입니다.
가령 2008년 경제학상을 받은 '스트리퍼 댄서의 배란기와 수입에 관한 연구'는 경제학과 생물학 그리고 심리학의 경계에서 인간 행동의 한 단면을 보여 주려는 행동경제학적 연구이므로 우습게 볼 것이 아니죠.
때문에 이그노벨상은 가장 성공적인 시민 과학의 일종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덧붙여, 위대한 과학적 성과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해 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안드레 가임 교수는 2000년 당시 '자석을 이용한 개구리 공중부양'을 연구하여 이그노벨상을 받았으며,
이후 2010년 스카치테이프로 흑연을 벗겨내 그래핀을 합성해낸 업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함으로써 최초로 이그노벨상과 노벨상을 모두 수상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개구리 공중부양 연구는 베리위상으로 유명한 마이클 베리 교수와 함께한 것으로, 베리 교수는 안드레와 같은 해에 노벨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실상 그 명칭부터가 노벨상에 대한 패러디인데요. 이그나시우스 노벨(Ignacius Nobel)이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명칭을 따왔다... 고 하는데, 이 사람은 가상인물입니다...
애초에 '이그 노벨(Ig Nobel)'은 noble(고상한)의 반대말인 ignoble을 이용한 말장난입니다.
노벨상과 인연이 별로 없는 대한민국에도 4명이나 이그노벨상을 받았습니다. 다만 뒤에 언급되는 수상내역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진짜로 '병신 같지만 멋있어서 수상'한 사례로 보기는 좀 애매합니다.
2건은 진짜 '바보 같아서' 준 경우이고, 나머지 2는 이미 과거에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케이스의 재탕, 삼탕이었기 때문이죠.
이런 사례는 진짜로 바보 같은 연구라고 준 것인지, 그래도 의미가 있다고 해서 준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무슨 사유로 시상을 했는지 제대로 언급을 안 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이그노벨상을 수상하면 대단히 찜찜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1999년 '커피에 과자 가장 맛있게 찍어먹는 시간 공식'을 발견해서 물리학상을 수상한 물리학자 렌 피셔는 자기 교양과학서적에서 해당 내용을 다루면서, 도대체 무슨 이유로 줬는지 몰라서 복잡한 기분이라는 내용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그노벨상 수상 과정
이그노벨상은 정해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 이 때문에 실제 목록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종목부터가 변동이 심하죠.
심지어 1회에는 7개 부문에 시상을 했고, 지금은 10개 부문을 시상합니다. 심지어 1회에는 3명의 가짜 수상자에게 시상을 하기도 했죠... 진짜가 더 낫다는 이유로 2회부턴 폐지........
수상자 결정은 이그노벨상 위원회가 합니다. 이 위원회에는 이그노벨상을 기획한 마크 에이브러햄스를 포함한 AIR 편집진,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과학자들, 기자들, 그 외 세계 각국의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절대로 한 곳에 모여서 회의를 하지 않고, 대신 추천을 받습니다. 자기 자신을 추천해도 되는데, 이렇게 해서 수상한 것은 거머리의 식욕을 연구한 노르웨이 연구진뿐입니다.
그렇게 추천을 받은 다음, 1차 협의를 통해서 걸러내고, 마지막에는 길에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 몇 명을 붙잡고 최종 투표를 받는다는 형태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전통입니다.
이그노벨상 수상 조건
이 조건들은 마크 에이브러햄스의 책 '이그노벨상 이야기(Ignobel prizes)에서 인용했습니다.
공식적 기준
다시는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업적을 이룩한 사람에게 수여합니다.
비공식적 기준
수상자가 이룬 업적은 반드시 바보 같으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어야 합니다.
후보 추천 가능자
누구든지 가능합니다.
추천 가능 대상
누구든지. 전혀 모르는 사람을 추천해도 되고, 동료나 가족, 심지어 스스로를 추천해도 됩니다. 개인과 단체 모두 추천 가능하죠. 한 나라의 정규군도 가능합니다.
시상 분야
일단 수상자를 선정한 다음에, 그 수상자를 분류합니다. 때문에 분야가 없어서 수상 못 하는 사람은 없죠. 매년 나오는 분야는 생물학, 의학, 물리학, 평화, 경제학의 5개며 그 외에 상은 필요하면 만듭니다.
추천 방법
추천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어떤 업적을 이뤘는지 설명할 충분한 정보를 모은 다음에, 편지, 팩스, 이메일 등을 보내면 됩니다. AIR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주소나 연락처를 알 수 있습니다.
이그노벨상 부상
부상품도 충격적 이인 데요. 이후 언급할 개구리 모양 도자기도 그렇지만, 대한민국 국내에서 제일 유명한 이그노벨상 부상품은 2003년의 1 나노미터로 자른 황금 벽돌입니다.
저기서 금이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금을 1 나노미터로 자르려면 엄청난 끈기와 기술이 투자되므로 1 나노미터로 잘린 금이 저 속에 들어있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진짜 노벨상과는 달리 이그노벨상에서는 규정된 액수의 상금이 존재하지 않아 대신 이런 특별한 상금을 수여하는 것인데 2013년에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은 짐바브웨 달러로 10조 달러를 받았습니다.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약 4달러며 2014년 기준 원화로 환산하면 겨우 4070원입니다.
2015년에도 2년 전과 같은 상금을 주었으며 2018년에는 10조 짐바브웨 달러와 함께 하트 모양 트로피와 종이 한 장을 주었죠.
2020년에는 코로나 때문이라면서 10조 짐바브웨 달러를 위조지폐로 주었습니다...
이그노벨상 한국인 수상자
1999년 환경보호상
'향기 나는 양복'을 개발한 FnC 코오롱의 권혁호 씨.
수상 목록에도 있지만, '향기 나는 XX'로 이그노벨상 수상한 것이 이걸로 3번째였고, 4번째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실제로 시상식에도 참석했는데요. 그때 받은 상패의 모양은 개구리 모양 도자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스위티 푸에게 'Please stop, I'm Bored'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2000년 경제학상
1960년 3쌍을 시작으로 1997년 360만 쌍까지 대규모 합동결혼을 성사시킨 공로로 세계평화통일 가정연합의 문선명 총재가 수상.
2011년 수학상
1992년 휴거 소동의 장본인인 다미선교회의 이장림 목사가 '세계 종말을 열정적으로 예언한 사람들'로 공동 수상했는데, '수학적 추정을 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세상에 일깨워준 공로'라고.
이 경우에는 여러 종말론자들 중들 중 하나로 언급된 사례입니다.
2017년 유체역학상
커피잔을 들고 걸을 때 커피를 쏟는 현상에 대해 연구한 한지원 씨가 수상.
커피가 담긴 와인잔에서 4Hz 상당의 진동이 발생했을 때는 표면이 잔잔한 물결이 생기지만, 원통형 머그잔의 경우 같은 상황에서 액체가 밖으로 튀고 결국 쏟아지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한 씨는 민사고 재학 시절 만든 보고서로 이 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역시 이 분야도 2012년에 수상한 내역이 있습니다. 내용은 역시 커피잔을 들고 걸을 때였고, 잔만 커피잔에서 와인잔으로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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